1. 문장형 (구체화된 키워드+해설)
마음을 고운 숫돌 삼아 세워낸 칼날.
여러 세계관에 어울릴 수 있도록 캐릭터의 심리 위주로 키워드를 형성했습니다.
한 번 내면에 누군가를 허용해버리면 겉잡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 안을 들여다보려는 사람에게 가혹하게 굴고는 합니다.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대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에, 영역 밖의 타인을 피하려고 합니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이유나 거북이의 등딱지가 단단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방어기제도 그에 따라 굳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까운 인물에게 약해지는 마음이 먼저이고, 내치기 위한 수단이 나중입니다.
하지만 가시나 등딱지와 칼날이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날을 갈 때는 작은 금속 부스러기가 남는다는 점입니다. 또 날은 세우면 세울수록 이가 잘 나가고, 간혹 부러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부러진 파편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벼려낸 날은 가끔 스스로의 마음에 박힙니다. 부러진 날은 자신의 것이지만, 애초에 날을 세웠던 이유는 타인의 배제를 위함입니다. 근본적 원인은 누군가의 접근입니다. 따라서 더욱 날카롭게 칼을 갑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쉽게 부러지고 말지요.
하지만 이는 동시에 벽 바로 너머에, 칼날 한 끗 아래에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형태는 쭉 뻗은 날의 선만큼이나 곧습니다. 내면 깊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속임수나 트릭 없이, 정정당당하게 본인을 드러내고 가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이런 기질이 사람의 마음을 끌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불안 없이 대할 수 있는, 확신을 주는 안식처와도 같은 인물입니다.
2. 인상형
고개가 돌아간다.
일순, 옅은 풍요의 물결 위로 바람이 분다.
고운 옷자락처럼 밀밭 위로 스치는 미풍은 밀알 사이로 감돌며 소용돌이치는 혼란과 함께 빠져나간다. 그러나 모든 방향으로 향하는 흐름은 가닥가닥 엮여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 잦아든 바람이 빗어 내리듯 마른 잎새가 나긋하게 기운다. 희미하게 일어나는 먼지 사이로 햇살이 비쳐 들어 누군가의 그림자 위로 뻗는다.
바야흐로 발걸음 아래에는 생명이 가득하다. 가을의 마른 흙 위로 떨어지는 이삭이다. 그러나 결코 추락도 낙하도 아닌 파종은, 겨울의 차가운 눈을 견뎌 비로소 봄의 움트는 새싹과 여름의 만발하는 잎새를 낳는다.
졸음에 찬 녹색 시선은 안온을 바라는 인간의 증거다. 나뭇잎 사이를 빛내는 햇살과 잎맥 안에 서린 내재가 차디찬 정지가 아닌 온기와 약동임을 나타내는 빛이다. 봄의 초목 위를 간혹 가을의 정취가 지날 때면, 생명이 걸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심장 어림의 느린 박동처럼, 한 가지 길 위를 걷고 걷는 이의 의지처럼. 그 흔적은 마치 흔들리는 풀잎과도 같이.
그러나 풍요란, 모든 가치가 그러하듯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바는 아니라.
밀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 돌고 도는 순환에 이방인의 자취가 남을 곳은 없다. 무턱대고 내뻗는 걸음은 침략에 지나지 않는다. 고요 아래 잠재한 거대한 단절 앞에 선 인간은 결국 몸을 돌리거나, 수치를 무릅쓰고 기어코 한 발짝 내딛는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이 용기일지, 혹은 오만일지. 그 끝에 자리한 것이 침입자에 대한 배제일지, 혹은 굳건한 세계 내측으로의 편입일지.
결말은 직접 걸음을 내디뎌본 자만이 알 수 있겠지.
3. 설정형
Q. 일상적인 모습이 보고 싶어요.
사람의 잠을 깨울 수 있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공포, 이를테면 설렘, 이를테면 고통, 그리고 이를테면….
…진한 커피라던가.
카페의 메뉴판 한쪽에는 에스프레소를 필두로 커피콩을 갈고 볶아 만든 음료가, 나머지 한쪽에는 그와 무관한 과일주스부터 간단한 요깃거리까지 다양한 메뉴의 이름이 이어진다. 그린 듯한 미소로 맞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무어라 환영의 말을 꺼낼 새도 없이 입을 연다. 캐모마일 티, 뜨겁게.
작은 티백을 건져내고 흰색 머그컵 위로 희게 솟아오르는 김을 후 불어내면 반투명한 찻물 위로 작은 물결이 생긴다. 점차 잦아드는 흔들림과 대조적으로 향이 훅 피어오른다.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 헤드라인을 눈으로 훑으며 공기 사이로 스미는 향기를 음미한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향이다. 푹신한 소파에 기대앉아 그 사방을 흐르는 평온 사이로 드문드문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새삼 깨닫는 바가 있다.
역시 나는 잠을 못 자서 졸린 게 아니라…. 나지막한 중얼거림. 사고가 그대로 투영된 발화가 끝을 흐리듯 맺어진다.
제대로 끝맺지 않았으니 분명 말이 이어져야 할 터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럴 기색이 없다. 조금 더 귀를 기울여보아도 언어의 형태를 띠지 않은 새근대는 소리만이 그 뒤로도 한참 이어질 뿐이다. 기울어지는 고개에 머리카락이 입가를 간질여 단잠을 깨울 때까지.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졸린 눈인데 다크서클은 없는 점과 키워드 ‘잠이 많음’을 보고 착안했습니다.
날조한 설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딱히 수면 부족은 아니고, 그냥 잠을 좋아할 뿐. 커피를 포함해 억지로 졸음을 지우는 음료는 좋아하지 않는다. 캐모마일처럼 숙면에 도움이 되는 차를 좋아한다.
4. 설정형(2)
Q. 연성 소재로 삼을 거리가 필요해요.
평소 글을 쓸 때 기본적으로 살벌한 텐션을 가정한다고 하셨는데, 위 설정형 질문에서 일상적인 모습에 관해 물어보셨던 것처럼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인상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짧고 강렬한 순간들이지만, 캐릭터가 정말로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입니다. 평범한 일과와 연관된 설정을 몇 가지 정해두면 문득 삶 속에서 그 요소를 마주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상이라고 해서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것이 아니고, 가끔은 비 내리는 하늘처럼 꿉꿉하고 내려앉은 일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형태로 상상해보면 구체적으로 묘사할 것을 정하기도 쉬워집니다. 몇 가지 질문을 추천해드릴 테니 여러 가지로 응용해서 사용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1. 어떤 음식 / 음료 / 디저트를 좋아할까? 좋아한다면 왜 좋아할까? 직접 만들어본 적은 있을까? 혹은 자주 가는 가게가 있을까? 그 가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을까? 추천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Q2. 평소 즐기는 취미는 뭘까? 왜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평소 취미에 할애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했을까? 했다면/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뭘까? 혹시 공유하기 전에 이미 들키지는 않았을까?
Q3.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자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은 언제쯤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뭘까? 자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잠버릇은 어떤 편일까? 누가 깨우면 잘 일어나는 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