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초점, 눈길. 런웨이를 걷는 사람이라면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들이다. 아마도 그건 그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닐 것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강렬한 존재감이 순간을 지배한다. 타인을 압도하게 되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쏟아진다. 그게 아사쿠라 아유미가 바라는 목표였다.
“좋겠다. 예뻐서….”
그러나 지금 그의 나이 17살. 고등학교 2학년의 여자아이는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어려워했다.
블라인드는 내릴 수 있는 끝까지 내렸다. 인공조명 아래에는 소녀 한 명뿐이었지만 그를 따라잡으려는 타인의 시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렵게 말하지 않고, 방구석의 책상에서 휴대전화나 쥐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아사쿠라 아유미였다. 현실은 목표와 달랐다.
“으으…. 나도 이렇게 산뜻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포스팅 한 번에 팔로워가, 막 10명씩!”
최대 밝기로 설정된 화면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각기 각색의 매력을 내뿜는 사람들, 자기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된 사진이다. 아유미가 처음 모델을 꿈꾸게 된 뒤의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다. 런웨이 밖에서도 이러듯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이 생겨난 것이다.
아름다움이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SNS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게 반문하게 된다. 좋은 것만이 아니라 이제는 아름다운 것도 무기인 세상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유미는 자신은 역시 자기 세계 정도만 누빌 뿐인, 수조 안의 금붕어인가 생각했다. 동경하기에는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질투라고 하기에는 낙담이 너무 빨리 찾아온다. 화면 안에서 한 번 스쳐 갈 분인 인연이라고 생각하면 쉽다는 걸 알지만 그 역시 17살의 여자아이에게는 쉽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관성이 된 것 같은 손짓으로 화면을 쓸어내린다. 여기도 예쁜 사람, 저기도 예쁜 사람. 단순히 예쁘게 꾸민 것이 아니라 멋들어지게 생기기까지 한 사람. 저 모든 사람이 모델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서 책상 한편에 있는 거울을 힐끔대게 된다.
“와아.”
그러다가 마주한 사람은…. 조금 달랐다. 몇 초간의 눈길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휴대전화를 앞으로 바싹 가져다 댔다.
사람을 옷에 맞춘 게 아니라 옷이 사람을 맞춘 것만 같았다. 아니, 자세히 본다면 뒷배경을 일부러 어둡게 해서 사람과 사물을 강조하고 있었다. 원색에 가까운 옷은 조명되고 섬세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눈길은 그대로 관심으로 발전해서, 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아유미는 급하지 않아도 되는 일임에도 다급하게 계정명을 확인했다.
ryaji_ayukawa.
“류지, 아유카와….”
오랜만이었다. 타인에게 압도당해서 자신은 지워지는 느낌은.
“이 사람은 모델일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을 봤을 때 느껴지지 않은 게 마음을 침범했다. 경쟁심이었다.
그 옆에는 신인 디자이너 하나 씨도 함께 찍혀 있었다. 모델이라는 확신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아유미는 몰랐다. 경쟁심을 느낀 이 사람과의 인연은 생각보다 질기고 길어질 것이라고는.